[아트페] 부드럽지만 유한한 멀티큐브 | Feat. 에바 헤세

By 아트페



지율’s Statement


솔 르윗이 에바 헤세에게 쓴 편지를 읽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가끔 “Fuck You”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너만의 볼품없는 모습을 창조하라고, 스스로 갉아 먹는 생각을 멈추고, 그냥 좀 하라고(Stop it and just DO!) 말하는 솔 르윗에게 저는 위로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그의 조언이 절실했던 에바 헤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꾸 행복을 의심하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작업했습니다. 그런 그녀를 알고 싶었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아티스트 소개


에바 헤세(1936. 01. 11 ~ 1970. 05. 29)는 독일 유대인의 딸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조각가입니다. 그녀의 작업은 “삶은 지속되지 않는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예술과 삶의 충돌이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제작됩니다. 천과 노끈, 라텍스, 유리 섬유 등의 유연한 재료로 ‘부드러운 조각’을 만들어 왔습니다. 34세라는 짧은 생애 동안 진행한 포스트미니멀리즘(Post-minimalism) 작업은 후대 예술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부드럽지만 유한한’ 멀티큐브 이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예술과 삶은 연약함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아요. 저는 라텍스, 유리 섬유 등의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했습니다. 부드러운 재료로 제작된 부드러운 조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약해집니다. 예측할 수 없는 흘러내림 같은 불완전한 요소들이 작품에 흔적을 남기고, 그것은 시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언제나 끝은 옵니다.






부드럽지만 유한한 멀티큐브에서 탄생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연의(Contingent) (1969)

조각으로도, 회화로도 불릴 수 있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8장의 길쭉한 형태의 요소들은 벽에 수직인 방향으로 서로 평행하게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회화의 포맷이죠. 하지만 벽면에 직각인 방향으로 배열된 채 공중에 매달아 있는 방법은 벽면에 밀착된 회화와 다릅니다. 평면의 회화이자 공간을 점유하는 조각인 셈입니다.



무제 혹은 아직은(Untitled or Not Yet) (1966)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신체 일부를 연상시키는 입체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묵직한 금속 추를 비닐로 둘둘 말아 이를 그물에 담아 축 늘어지게 했습니다. 공간 속에서 늘어지고 휘어진 형태들을 통해 생물의 유기적인 이미지를 실험했습니다. 애써 아름다운 것의 창작을 피하면서,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습니다.






이 공간을 멀티큐브로 정하게 된 계기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1964년 7월부터 1965년 9월까지, 독일의 직물 제조업자이자 작품 수집가인 아른하이트 샤이트의 초대로 남편과 저는 독일에서 생활했습니다. 결혼 생활이 행복하길 바랐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1965년 8월, 남편 도일과 결별을 하고 뉴욕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곳은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한 개인이자 작가로서 설 수 있었던 공간이라 저에게 뜻깊습니다. 주변에 사는 친구들, 특히 솔 르윗이 저를 많이 도와줬습니다.





멀티큐브에서의 루틴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침 일찍 일어납니다. 잠을 못 잘 때가 더 많긴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대충 배를 채우고 작업합니다. 저는 알려지지 않은 요소와 알려지지 않은 삶의 요소를 풀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의 예술과 삶은 이런 점에서 분리되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심리적인 모순과 모순된 형태들에 대해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것들은 저의 이상이었고, 제 인생에서 전체적으로 부조리였습니다. 저는 항상 질서와 혼돈, 섬유질과 덩어리, 거대함과 작음에 깨어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작업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작업에 안심한 적이 여태껏 없었습니다.






What’s in My Multicube?

1. 솔 르윗의 편지 _ 작업에 불확실함을 느끼던 저에게 용기를 준 가장 친한 친구, 솔 르윗(Sol LeWitt)의 편지입니다. “Stop it, just do!”라고 말해준 솔 르윗에게 고맙습니다.
2. 석고 _ 저에게 석고는 실이나 라텍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항상 이 재료를 사랑해왔습니다. 유연하고 유동적이고 가볍고 빨리 작업이 되기에 다루기 쉽습니다. 석고의 흰색은 언제나 옳습니다.







작업을 안 하실 때 멀티큐브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일기를 쓰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 일기와 편지는 대체로 작업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합니다. 언제나 굳건한 의지를 갖춘 작가가 되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저는 스스로 불만족하고 언제나 자신을 실험하려고 해요. 저 안에는 너무 많은 노여움과 분노가 있습니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일기를 쓰고 편지를 보냅니다.









부드럽지만 유한한 멀티큐브 (Feat. 에바 헤세 )

Visual Portfolio, Posts & Image Gallery for WordPress



# The Artist Lives Multicube #아티스트는 멀티큐브에 산다. #예술가 작업실 #작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