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생동하는 멀티큐브 | Feat. 피에르 보나르

[Visual Art]
⦁ Artist. 피에르 보나르 (Pierre Bonnard)
⦁ Location :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의 르 카네 (le cannet, France)

큐베이터 지율’s Statement

고등학생 때 보나르의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사연이 있는 듯한 그림 속 나체의 여성과 그녀 주변으로 발광하는 색의 리듬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의 그림을 통해 각각의 색채가 엄청난 에너지를 지녔음을 깨달았습니다. 색의 찬란함을 표현했던 보나르의 멀티큐브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티스트 소개

피에르 보나르(1867. 10. 03 ~ 1947. 01. 23)는 회화뿐만 아니라 판화, 포스터, 의상 디자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 프랑스의 예술가입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파리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로 잠깐 활동했지만, 이후 그림에 대한 미련으로 미술가가 되었습니다. 빛과 색채에 천착하여 자신만의 생생한 색채 감각을 보여준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찬란하게 생동하는’ 멀티큐브 이름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색은 언제나 우리 옆에서 생동합니다. 창밖의 풍경을 보면 노란 물결이 방안에 들어오곤 했어요. 삶의 풍경은 색채 추상화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의 아내 마르트를 떠나보낸 뒤에는 자연의 색채 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끼곤 했죠. 이곳은 제가 느끼는 모든 찬란한 색들을 그림에 담고자 했던 공간입니다.

찬란하게 생동하는 멀티큐브에서 탄생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L’Atelier au mimosa (1947)

처음 르카네를 방문했을 때, 저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세계로 빨려 들어온 것 같았어요.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이었죠. 르카네의 환상적인 풍경을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멀티큐브에 프렌치 창문과 발코니를 설치했어요. 멀티큐브에 있는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미모사의 강렬한 노란색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삶을 그리기보다 그림을 살아 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담았어요.

욕조 속의 누드 (1941-1946)

이 작품은 저의 아내 마르트가 죽기 전 제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아내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은 욕실이었습니다. 그녀가 목욕할 때면 욕실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찬란하고 영롱하게 빛났습니다. 그녀의 몸 역시 연보랏빛으로 투명하게 빛을 발했죠. 평생 마르트의 벗은 몸을 수없이 그렸지만, 그녀의 몸은 매 순간 새로웠어요. 이것이 제가 그녀의 몸을 나이 든 모습을 그릴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이 공간을 멀티큐브로 정하게 된 계기 혹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내 마르트의 요구에 따라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보내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해발 110m의 언덕에 자리한 르카네는 아름다운 빛과 자연이 있는 곳이었어요. 칸(Cannes) 만과 에스테렐 (Esterel)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경치와 조용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저와 아내를 사로잡았어요. 더군다나 친구인 앙리 마티스가 살던 도시인 니스와 가까워 좋았어요. 그와 예술에 관해 정기적으로 교류하기 편했어요.

멀티큐브에서의 루틴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에게 아내는 사랑의 대상이자 삶의 중심입니다. 아내 곁에 머무르며 그녀를 관찰합니다. 물론, 아내를 관찰하는 일은 꽃이나 바다를 관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아내와의 관찰은 교류하며 서로의 마음에 색을 물들이는 일이죠. 그렇게 저에게 전달된 정서를 화폭에 담습니다.

What’s in My Multicube?

수건 _ 청결 강박증이 있는 아내 때문에 멀티큐브 곳곳에 깨끗한 수건을 배치해두었습니다.
보나르와 마르트 _ 모리스 드니가 선물한 드로잉입니다. 그는 아내를 향한 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부러워했어요.

작업을 안 하실 때 멀티큐브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일 좋아합니다. 오랜 시간 목욕해야 안정을 찾는 아내와 욕실에서 대화를 나누곤 했죠. 아내는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힘들어했습니다. 그녀가 사람들을 혐오하는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당시 제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치료법은 사람을 적게 만나는 것뿐이었습니다. 아내와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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